나는 책을 고를 때 딱히 목차를 살펴보진 않는다. 읽은 사람들의 평점과 평론을 보거나 믿을만한 사람의 추천이 있으면 골라 읽는 편인데, 이 책의 제목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싶었고 평점과 평론 또한 호불호 없이 좋은 말들만 있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재미와 깊은 인사이트를 못 얻었다. 내가 생각하던 내용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 나와 반대되는 생각이기도 하고, 한쪽으로 편향된 내용이라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읽기 힘든 책을 읽은 것 같다.
자유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그가 주장하는 자유주의란 뭘까? 사전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 해야 하고, 개인의 자유가 최우선이어야 하며, 재정정책을 줄이고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자유시장경제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한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경제 사회에서 문제를 꼽으라면 정부가 문제이다. 이념에 사로잡혀 온갖 규제로 자유시장이 망가지고 그로 인해 피해자와 수혜자가 발생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흥분하며 주체를 못 하는 것에 대해 버블 우려가 있어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는 필요하겠다만 시장 경제를 이해 못 하는 몇몇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규제는 시장을 망쳐버린다.
뉴딜정책을 비판한 프리드먼은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잘못된 트랙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첫 번째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글로벌 자유시장 규정집을 제시하며 미국에서 신보수주의 운동을 대표할 경제적 의제들을 내놓았다. 첫째, 정부는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규정과 규칙들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 둘째, 정부자산은 기업들에게 매각해 이윤을 내게 해야 한다. 셋째, 사회 프로그램의 지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이렇게 프리드먼은 규정 폐지, 민영화, 사회적 지원 삭감이라는 세 가지 공식 아래에서 구체적인 방안들을 잔뜩 내놓았다. 세금을 꼭 거둬야만 한다면 가급적 낮게 책정하고 빈부에 상관없이 균일한 금액이어야 한다며 기업들은 세계 어디에서든지 생산품을 자유롭게 팔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어서 정부는 국내 산업이나 국내 소유권을 보호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노동 가격을 비롯해 모든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고, 최저임금제도 폐지, 건강보험, 우편배달업무, 교육, 노후연금, 심지어 국립공원까지 민영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프리드먼이 주장하는 자유주의가 다 맞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어떤 일이든 '중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쇼크요법
책의 저자인 나오미 클라인은 자본주의가 재난을 틈타 사람들의 판단력과 저항 의지를 마비시키고, 이를 이용해 시장 중심 개혁을 밀어붙이는 과정을 '전기쇼크'에 비유하며 통렬히 비판한다. 클라인은 세 가지 차원의 쇼크를 말하는데, 첫째는 자연재해나 전쟁, 테러 같은 물리적 쇼크. 둘째, 경제적 충격(하이퍼인플레이션,외환위기 등) 셋째, 그 와중에 일어나는 대중의 심리적 마비. 이렇게 사회의 중심이 흔들리는 시점에, 사람들이 판단력을 잃고 두려움에 빠져 있는 동안, 기득권 세력은 평소엔 절대 통과되지 못할 과격한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은 마치 정신병 환자에게 전기충격요법을 강제로 가해 정신을 ‘초기화’시키듯, 사회를 충격으로 무력화시킨 뒤 자본주의 개조를 시행하는 방식과 닮았다고 한다.
저자가 위와 같이 주장하며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중에는 우리나라의 IMF외환위기의 사례도 있다. 그렇게 경제 역사를 되돌아보면 저자가 하는 말도 틀리진 않다. 이해를 위해서 저자가 말하는 짧은 예시를 설명하자면, "자유무역정책으로 인해 가난한 국가들은 계속해서 커피, 구리, 오일, 밀 같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한다. 결국엔 계속되는 위기의 악순환이라는 덫에 빠질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 가격의 급락은 국가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다. 그러면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를 경제적 붕괴로 여기고 해당 국가의 통화를 팔아치운다. 결국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위기는 더욱 심해진다. 거기에 이자율까지 상승하면 국가 부채는 하룻밤 새에 눈덩이로 불어난다. 이것이 바로 경제 혼란을 만드는 비법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저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해서는 안될 짓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도 잘 못됐다. 프리드먼이 주장하는 자유주의가 다 맞지 않듯 말이다.
변화
따분하고 재미 없을 것만 같은 경제 서적은 다양한 분야를 하나로 합쳐 놓은 것 같다. 경제 서적을 읽으면 자연스레 경제 사회에 담겨있는 철학, 인문학, 경제학, 심리학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나에게는 배움으로 다가와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이 책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 재미없다. 양장 600페이지로 꽉 채운 분량은 흥미로운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이 책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이유는, 나는 자유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사람인 반면에, 내가 저자를 본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민주주의를 포장한 공산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냥 덮고 다른 책을 읽을까, 흥미로운 부분만 찾아서 읽을까 고민하던 중에 느낀 바가 있다. '신념'이라는 것은 매우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정치판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이념과 맞지 않으면 비난부터 하는 태도는, 도태는커녕 후퇴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의 유연성이란 중요하다. 생각의 유연성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필요한 가치이다. 나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상황이 내게 주어지는 법이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지금 쓰는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 등 편리한 도구들을 누릴 수 있게 경제 성장을 만들어주는 발판과 같기에 매우 큰 장점이다. 하지만 빈부격차, 양극화의 극대화를 만든 것이 결국 자본주의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경제 사회에서 문제를 꼽으라면 정부가 문제이기에, 작은 정부를 이루고 간섭은 최소화 하여 자유시장경제를 유지하라는 자유주의 이론은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 속에서 빈곤층과 저소득층에게 많은 지원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사회로 변하려면 나부터 인식이 바뀌어야겠지. 저자가 전하려는 의도는 이것일까?
"변화란 중심 화제가 바뀌었음을 뜻한다."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것 같지만, '변화'라는 의미를 나는 다르게 받아들여보려고 한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나오미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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