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주제의 책은 이번에 포함해서 3번째다. 처음 읽었던 책은 그다지.. 대단한 인사이트가 없었고, 홍익희 작가의 책에 이어 이번엔 오태민 작가의 책이다. 아무래도 온라인 콘텐츠에 자주 나오시는 분들이라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것 같다. 이번에 책에 대한 내용을 쓰기에 앞서 평가하자면, 책에는 작가의 많은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조금 늦게 접한 게 아쉽지만 욕심에 의해서 내가 일찍이 이 책을 접했더라면 이해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했다. 저자가 말하기를, "많은 오해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완고한 지식에서 오곤 한다. 상상력이라는 출입구를 잃어버린 지식은 그래서 완고한 이들의 게으른 도피처에 불과할 때가 많다.",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나도 이상한 것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가도 계속 공부를 하면서 지식이 쌓여 성장해 나갈 때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종종 보면 지식이 엄청난 인물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있다. 나도 워낙 그릇이 작은 새가슴이다 보니 비트코인 자산에 대해 확신이 생기기 위해 색다른 인사이트가 필요했고, 오태민 저자의 책이 또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오리너구리
과거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안을 만들려는 이들이 첫번째로 부딪히는 난관은 바로 개념 규정의 어려움이었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기존에 알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지 몰라 힘들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도 힘들었다는 말에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조금 위로가 됐다. 저자는 기존의 사고틀로만 비트코인에 접근하는 학자들은 덮어놓고 "비트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지니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는 가만보면 '비유'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기존에 아는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옛것(무엇)으로 새것(이것)을 규정할 수 있다는 완고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만약 새것이 옛것과 질적으로 다른 경우,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로 안내할 뿐이다.
이런 사례를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는 새로운 대상에 다 가기 어렵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오리너구리'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 동물은 오리의 주둥이와 비버의 몸을 가졌다.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다. 발톱에는 독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기존의 정의를 어긋나는 것만 보았을 때 이 동물은 '존재하지만 존재해서는 안 되는 동물'인 것이다. "비트코인은 생선도 가금류도 아니다."라는 2014년 당시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청 국장 벤저민 로스키의 말처럼 비트코인도 오리너구리와 같은 특성을 가진 자산이 아닐까?
화폐라는 것
화폐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화폐라는 것은 많은 진화를 해왔다. 조개 껍데기를 화폐로 쓰는가 하면, 야프섬이라는 곳에서는 돌을 화폐로 썼다. 야프섬에는 돌이 없는데, 그래서 이 섬사람들은 멀리까지 배를 타고 가서 큰 바위를 깎고 배에 실어서 섬에 들여온다. 몇 세대 전에 한 부자 가문이 다른 섬에서 깎아 만든 돌화폐를 운반하다가 폭풍을 만나 바다에 빠뜨려버렸는데 그런데도 그 돌은 이 가문의 재산으로서 마을 사람 모두가 인정했다. 사건의 목격자들이 증언한 이후, 바다에 가라앉아 보이지도 않는 돌의 소유권은 섬에 있는 여느 돌화폐와 마찬가지로 인정되었고 거래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독일 식민지 관료들이 일하러 나오지 않은 원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집집마다 돌에 검은 십자가 표시를 했더니 원주민들이 슬픈 표정으로 일하러 나왔다고 한다. 일을 시키고 나서 표시를 지우자 원주민들은 기뻐했다고 한다. 표식과 상관없이 돌화폐는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바뀐 것은 소유권 표식일 뿐이다. 그래서 밀턴 프리드먼은 화폐가 비상식적인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뉴욕은행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금괴에 다른 나라 소유권 표지가 붙었다는 이유로 '금의 유출'을 크게 보도하며 걱정하는 현대인들의 화폐관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그는 화폐의 본질이 상식을 배반하는 거대한 환상일 뿐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자 했다.
정부나 금융기관이 인정하지 않으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최근의 사례도 존재한다. 이라크에서는 1차 이라크 전쟁과 2차 이라크 전쟁 사이에 10년 이상 '스위스 디나르'라는 돈이 쓰였는데, 이 화폐는 이라크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사용을 금지한 이후에도 10년 동안이나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화폐로 사용됐고 국경무역에까지도 활용되는 등 요르단을 비롯해 이웃 국가의 국민들도 일부 보유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했던 화폐다. 이런 사례를 보면 독재정치와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활개 치는 사회에서 화폐란 단지 거래의 수단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수단이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는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돈이 정부가 보증하는 돈보다 더 돈다운 돈으로 인식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 사례중 하나다. 사람들은 좋은 장부를 찾는다. 그 장부가 반드시 이상적일 필요는 없다. 구할 수 있는 장부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면 된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화폐의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의 선택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는 장부를 관찰해 선택하고 그런 선택이 모여서 하나의 화폐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 역사를 봤을 때, 조개 껍데기 부터 돌화폐, 스위스 디나르, 금, 그리고 현재 사용 중인 화폐를 보면 과연 화폐라는 것은 누군가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인정하는 소수의 신뢰가 모여 만든 경제와 인간 사이의 매개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어느 물건을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 관행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라는 자산도 소수의 신뢰가 모이고 모여 먼 미래에 전 세계 통일 화폐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정리
주류 경제학에 대해서 공부하다보면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은 정말 화폐로서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 아니면, 소위 말하는 금과 같은 디지털 금으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것인가? 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Yes or No와 같은 사고방식보다는 확률적 사고방식을 하다 보니 이것이 답이다라는 결론은 내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은 이중지불이 없는 탈중앙화 성격을 갖고 있다. 은행 관련 뉴스 소식을 보다 보면 금융 시스템의 문제나 직원의 횡령 등 다양한 문제가 터져 나온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표심을 받고자 자신의 돈인 것 마냥 재정지출을 확대하며 화폐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인플레이션에 의해 시민들은 고통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비트코인이 화폐라는 가정하에서 화폐의 가치가 심한 변동성을 갖는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화폐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 현상이고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다. 비트코인이 결국 법정화폐로서의 역할을 갖게 될 지는 감히 예상할 수는 없으나, 먼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지금, 달러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 이어지고 있고 기축통화를 보유한 패권국인 미국의 국가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자산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제한되고 수요는 지속되는 제한적인 자산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돈 그 자체는 빚이고 분모가 무한대이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라는 개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희소성을 갖고 있는 자산이다. 쉽게 말해, 무형의 가치를 가진 자산이라는 것이다. 최근 LA 산불 사태로 많은 주택이 타버렸다. 비트코인은 눈에 보이지 않고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네트워크에 저장된 자산으로 훼손되지 않는다. 그리고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실물 자산인 금과 부동산을 챙겨 피신을 하지 못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에 저장된 자산이기에 인증할 수 있는 수단과 본인의 몸 하나로 모든 자산과 함께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이렇게 엄청난 자산의 규모를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고, 그 자산을 이용해서 또 다른 가상화폐를 3초 만에 바꿀 수 있으며 정부 기관에서 발행을 하지 않아도 이미 오픈소스로써 투명하게 모든 게 공개된 상태이다. 강도질을 하기 위해 살인 위협을 하는 강도에게서 협상을 할 수도 있다.
SNS가 사진 및 비디오 데이터를 옮기는 혁명을 일으켰고, 자동차, 배 기차는 사람과 물자를 옮기는 혁명을, 송유관을 이용함으로서 기름을 전 세계 어디든 운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혁명을 일으켰다. 암호화폐 코인은 돈을 효율적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옭기는 혁명을 일이 키는 중이다. 세상 모든 책상 위로 컴퓨터가 올라오는 시대를 지나 세상 모든 주머니 안에 컴퓨터가 들어오는 시대도 지나 세상 모든 도로 위로 컴퓨터가 돌아다니려는 시대의 초입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이 시대마저 그냥 흘려보낸다면 그 선택은 시간이 지나 얼마나 큰 후회로 돌아오게 될까..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오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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