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지 꽤 됐으나 요즈음 귀찮음이 부쩍 늘어서.. 이제야 책 내용을 정리하게 된다. 아무래도 '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왔던 터라 내용들이 쉽게 읽혔다. 그리고 기대 이하였다. 그동안 쌓아왔던 내공 때문이었을까, 대단한 인사이트는 못 느꼈다. 그래도 책이라는 게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돈'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용량도 크지 않기에 편안하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좋은 화폐와 나쁜 화폐
책의 내용에서는 좋은 화폐와 나쁜 화폐를 구분한다. 이 둘의 구분을 표현하자면, 국가적 강압 없이 사람들이 교환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은 물건에 자발적으로 합의한다면 경쟁 과정을 거쳐 좋은 화폐 good money, 즉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교환 수단이 탄생한다. 그러나 국가의 주도 아래 만들어 낸 화폐이자 통화량을 국가가 자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화폐는 나쁜 화폐 bad money다. 이에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가 화폐를 다뤄온 역사는 끝없는 기만과 사기의 역사"라고.
지난 150년 동안 전 세계 금의 양은 해마다 약 2퍼센트 정도씩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증가율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그런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서 강한 희소성을 나타내는 금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해진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다 보니 금 값이 정말로 금 값이 돼가고 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오르고 있다. 그에 반해, 국민의 신뢰에 기초하는 신용 화폐는 반대로, 금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념으로 좋은 화폐와 나쁜 화폐라고 구분하기에는 억지가 있는 듯하다. 신용 화폐를 통해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고, 이렇게 엄청난 발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보다 편안하게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신용 화폐의 명암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너무 편향적인 사고보다는 장단점을 구분해서 인지하고 그에 맞게 나의 자산을 지켜나가면 된다.
피해자와 수혜자
화폐가 늘어나는 시스템에서 피해자와 수혜자는 나눠져 있다. 과연 나는 수혜자일까, 피해자일까? 아쉽게도 나 같은 직장인들은 피해자다. 왜일까? 이해하기 쉽게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통화량 증가의 피해자는 상품 가격이 오르는 속보다 수입이 늦게 늘어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돈을 제일 늦게 손에 넣는 사람들, 혹은 아예 그 돈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통화량이 증가하거나 팽창할 때면 누가 제일 먼저 새로 만들어진 돈을 손에 넣느냐가 관건이다. 돈을 '가장 먼저 손에 넣는 사람들'이 '나중에 손에 넣는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돈을 최초로 확보하는 사람들은 예전 가격 그대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이어서 한 걸음씩 단계적으로 퍼져나가 상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돈을 손에 넣는 사람들은 이 게임에서 패자가 된다. 그(패자)들은 이미 오른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들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 또한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계속 피해자로 지내란 법은 없다. 내가 피해자 위치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의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통화량은 계속 늘어나고, 늘어나는 자본은 결국 어디론가 향하여 쌓이게 되어 있다. 수혜자들로부터 피해자들 까지 새로운 돈이 분배되면서 그 돈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보라, 결국 거기에 답이 있다. 우린 결코 피해자가 아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어릴 적에 모두가 부자가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돈을 무제한으로 막 찍어서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될 것을 누구는 가난하게 살고 또 다른 누구는 왜 부자로 살아야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렇게 어린 나의 질문에 대해서 어른이 된 내가 답하자면 모두가 부자가 되어선 안 된다. 아쉽지만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요즘 경기가 많이 힘든 상태에서 또다시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표를 받기 위해 정치인들은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낸다. 그 많은 정책들 중에 눈에 거슬리는 정책이 있다. 바로 '지원금 정책'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힘드니 돈을 얼마나 지원하겠다는 선심 쓰는 듯한 말로 국민들을 홀린다. 이것이야 말로 위선자이고 '나쁜 화폐'다. 나쁜 화폐와 좋은 화폐란 무엇인지 서두에 설명했지만, 사람들이 과연 좋은 화폐와 나쁜 화폐를 구분할 것인가 걱정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격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당장 편하자고 나쁜 화폐를 받는다면 결국 그것은 또 미래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후손에게 빚을 물려주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은 금화를 현물로 저축했지만, 현대인은 위로 헤엄쳐가려면 빚을 지고 투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부채 경제에서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에 여가, 문화, 스포츠, 가족을 위한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과거에는 근면 절약, 장기적인 안목처럼 안정성이 가치를 인정받고 높이 평가되었다. 오늘날에는 자산과 수입이 그렇다. 따라서 타인에게 종속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신속하게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특히 국가에게서 금치산자가 되었다는 선고를 받거나 체포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최근 들어 불안함에 사로잡힌 도시 시민들의 정신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필립 바구스 ·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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