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고 계실 IMF외환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의 역사들을 되돌아보고, 몰랐던 내용을 알아가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 정부, IMF 구제금융 2백 억 달러 공식 요청
≪연합뉴스≫,1997.11.22
당시 뉴스로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가장 끔찍했던 사건이죠. 당시 은행, 증권사, 종금사 등을 중심으로 금융기관들이 상당수 도산했고, 메이저 건설사를 비롯하여 삼보, 기아, 한보 등 당시 수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도 파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흔들렸을 정도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체가 겪은 고통은 엄청났을 겁니다.
● IMF "한국 조기 졸업은 경제 건전성 반영"
≪연합뉴스≫, 2001. 8. 10
보다시피 위와 같은 뉴스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모범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IMF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아직 외환위기의 후유증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후유증이 있는지는 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플라자합의와 고베 대지진
지난번 소개드린 플라자합의 기억하시나요?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로 저금리 통화정책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일본의 낮은 금리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더 높은 금리로 보다 많은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외국으로 자본이 흘러가게 됩니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보험사들도 외국으로 투자를 늘리는데요. 그런데 1995년 1월에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게 됩니다. 안 그래도 부동산 버블 붕괴로 힘들었던 일본에게는 끔찍한 대지진의 피해는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보험사에게는 지진 피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자 해외에 투자했던 자산들을 팔고 엔화로 바꿔서 일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지난번 환율에 대한 원리를 알려드렸었죠? 그렇게 엔화의 가치는 더 높아져 슈퍼 엔고 현상이 찾아오게 됩니다. 어느 국가나 수출 혹은 내수로 성장해야 하는데, 일본은 슈퍼 엔고 현상으로 수출도 좋지 않은 상황에다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로 내수가 성장할 수가 없었죠. 그렇게 일본은 1995년 4월 G7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요청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수 침체와 함께 슈퍼 엔고로 인해 급격하게 진행되는 수출 둔화를 막기 위해 엔화를 약세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거였죠. 결국 일본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며 각국은 엔저를 유도하기로 합의했고, 이는 '플라자합의'와는 반대되기에 '역플라자합의'라고 불리게 됩니다. 일본의 상황이 우리나라 외환위기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요?
일본과 같은 섬나라인 우리나라도 수출 무역에 많이 의존합니다. 일본과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일본의 플라자합의로 엔화 강세가 되자 우리나라는 그 수혜를 그대로 받으며 순풍을 타고 비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역플라자합의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우리나라 수출에 엄청나게 큰 문제가 됐던 것이죠. 우리나라의 수출은 더욱 부진한 흐름을 보이게 되었고, 이는 외환위기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정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외환위기 원인을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출 부진과 단기외채
앞서 수출 부진에는 강세였던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며 시작되었다고 말했는데요. 얼마나 부진했기에 나라가 망하냐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부진으로 인한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문제들이 합쳐진 것인데 빚이 문제였죠. 단순한 빚이 아닌 그 무섭다는 외채 <달러 부채>였습니다. 왜 달러 부채가 늘어났을까요? 1990년대 초반, 퍼스널 컴퓨터 붐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4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 때다 싶었던 기업들은 물들어올 때 노 저으려는 전략으로 설비 투자를 단행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은행에서 빌리는 것보다 '달러' <당시 환율 900원>를 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에 단기 외채를 빌려 설비 투자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PC 붐으로 인해 그렇게 외신들과 국내 뉴스들은 앞으로의 반도체 수요 전망을 높게 평가했는데, PC 산업이 침체를 보이기 시작했고 반도체 수요 급락 현상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역플라자합의로 수출 부진이 생기게 되고 공급 과잉 및 설비투자 과잉 현상이 나타나게 됐죠. 수출 부진은 달러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빚은 많은데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겠죠? 국제 금융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국가도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이론이 있기에 이 세 가지를 '불가능한 삼위일체'라 말합니다. 첫 번째는 '안정적인 환율', 두 번째는 '독자적인 통화 정책', 세 번째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입니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다루도록 하고 단기외채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단기외채의 특성 1. 만기가 짧다. <무조건 기한 내에 갚아야 한다.>
단기외채의 특성 2. 달러 빚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대출 원금과 이자가 동시에 늘어난다.>
위에서 설명한 원인들을 모아서 정리해보면 비극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옆 나라의 물건이 비싸져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잘 됐었는데 이 때다 싶었던 기업들은 달러를 빚으로 설비 투자를 단행했고 옆 나라의 물건이 다시 싸지면서 수출 호황이었던 우리나라는 다시 불황으로 전환되었고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자 빚을 갚을 수가 없게 되고 위의 특성과 같이 무조건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불황을 눈치챘던 외국인들은 급히 자신들의 자본을 챙겨서 자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를 통해 환율 방어를 했지만 외환보유고 보다 많았던 빚을 감당하기엔 불가능했고 그렇게 외환위기라는 비극이 찾아오게 됩니다. 초반부에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아직 외환위기의 후유증 속에 살고 있다고 했었는데요. 어떤 후유증들이 오늘날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후유증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빚을 내는 데 소극적으로 바뀌다 보니 설비투자를 쉽게 늘리지 못하게 됩니다. 설비투자를 눌리지 않으면 공장을 짓지 못할 것이고, 공장 등 신규 설비가 들어오지 않으면 신규 고용이 창출되지 않겠죠. 그러면 당연히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고 일자리르 구하기 어려워집니다. 기업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게 되었는데,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한 자금이 가계와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가계 부채의 급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나타나게 만들었죠. 기업의 만성적인 투자 부진, 일자리 부족, 가계 부채 증가, 그리고 부동산 버블 우려에 이르기까지, 지금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들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IMF 외환위기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짧게 정리하려다 보니 빠진 내용도 많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비극을 통해 이득을 본 것은 미국이죠. 외환위기 발생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 신자유주의를 확산시켰습니다. 외환시장 개방,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우량기업 합병 매수 허용, 관세 인하 등등 그리고 당시 물가 상승률을 기반으로 8~900원대의 환율이 아닌 1200원대인 것이 정상이지만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의 무리한 환율정책,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외환위기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이죠.
이렇게 보면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들은 큰 피해를 받습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죠. 다른 국가들도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기의 역사를 통해 통찰력을 키우고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우리는 다른 태도를 지닐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의 환율도 보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말이 많죠. 하지만 저번의 아픔을 통해 교훈을 얻었습니다. 외환보유고의 잔액을 늘림으로써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생겼죠. 하지만 미국과의 다른 길의 통화정책으로 계속해서 환율 방어를 하고 있는 정부를 볼 수가 있습니다.
위기는 순식간에 찾아옵니다. 평소에 대비를 잘 할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상으로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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