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different/서재

신곡, 책 리뷰

머니 iN 사이트 2025. 7.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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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은 잘 안 읽지만, 고대 서사시인 단테의 신곡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드디어 지옥편을 읽게 됐고, 연옥 편과 천국편을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옥편을 아주 흥미롭게 읽어서 후속편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본집은 이탈리아어로 작성되다 보니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온전히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냥 술술 읽히기보다는 공부하듯이 찾아보며 읽어봤고, 그 덕에 소중한 의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신곡의 원래 제목은 단테 알레기에리의 코메디아 Comedia. 단테가 쓴 코미디라는 뜻이라고 한다. 훗날 단테의 덕후이자 단테의 첫 전기(단테의 인생)를 쓴 보카치오가 단테 이름을 빼고 Divine을 붙여 Divine Comedia로 굳어진다. 영문 제목은 the divine comedy, 신성한 코미디, 희극이다. 

 

지옥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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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단테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이었던 베아트리체의 죽음 이후 혼란과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지옥에서 시작해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옥은 죄의 본질과 결과를 보는 곳으로  자신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연옥은 죄를 씻고 올라가는 곳으로 회개와 정화를 통해 영혼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천국은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곳으로 진리와 사랑이 완성되는 곳이다. 

 

"죽음보다 조금 더 쓸 테지만 그곳에서 찾은 선에 대해 말하기 위해 그 속에서 내가 본 다른 것들을 말하려 한다." 책의 시작에 나오는 구절이다. 단테는 지옥(고통)에서 배운 것과 배움의 과정을 책에 담고 있다. 구원은 자기 안의 타락을 직면하는 데서 시작한다. 단테는 단순히 "천국 가는 길"을 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천국에서 멀어졌는지를 직시해야 했다. 즉, 자신의 죄와 인간의 본질적인 타락을 철저히 마주해야만, 그 죄에서 벗어나 위로 올라갈 자격을 얻는다는 구조이다. 지옥은 내려간다는 뜻으로, 우물 밑바닥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성찰한다는 철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강을 통해야만 상승할 수 있다"

 

"나는 내 죄의 바닥까지 내려가 보았고,
그 어둠을 직면한 후,
비로소 빛을 향해 올라갈 수 있었다."

 

세 마리 짐승

지옥에서 눈을 뜬 단테는 빛이 나는 위로 향하는 길을 걷는 중 세 마리의 짐승을 마주한다. 표범, 사자, 암늑대, 이렇게 세 마리의 짐승에 의미가 담겨 있는데 표범은 욕망 / 음욕 / 기만 / 탐욕을 뜻하고, 사자는 오만 / 폭력 / 교만을, 암늑대는 탐욕 / 탐식 / 절제되지 않은 욕망을 뜻한다. 이 세 짐승은 단테의 길을 가로막아 지나가지 못하게 하던 중 이때 단테의 인도자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단테에게 말한다. "만일 이 숲으로부터 나가고 싶다면 너는 다른 길로 가야 한다. 너를 두려움의 절규에 떨게 하는 이 짐승은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을 놓아두지 않고 가로막아 누구든지 죽이기까지 한다." 이 메시지에는 "죄를 통과하지 않고는 구원도 없다"는 아주 깊은 교훈이 담겨 있다. 세 마리 짐승은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죄의 본성이고, 그 앞에서 우리는 고통스러운 정화의 길을 택해야만 비로소 "빛의 나라"에 이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는 말한다. "너의 영혼은 두려움에 사로잡혔구나. 그 두려움은 자주 인간을 억압하고 마치 자기 그림자에 놀란 짐승처럼 그 명예로운 큰일에서 멀어진다. 너가 사로잡힌 이 두려움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처음에 내가 너의 고통을 느꼈을 때 들었던 것을 말할 것이다." 자신의 타락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하며 이겨내야 함을 느꼈던 문장이었다. 

 

고통은 행복을 위한 과정이다

신곡은 지옥에서 시작하여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이르는 여정으로, 지옥을 맞닥뜨려 비극이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여정이어서 희극인 것이다. 단테는 한 편지에서 "나의 희극도 지옥의 비참함에서 시작하지만, 천국의 행복으로 열매를 맺게 됩니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지옥의 비참함이 아니라 천국의 열매에 시선을 고정하기에 '희극'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도 결국 천국에 이르는 결말로 끝이 난다. 지옥을 경험하는 단테는 결국 천국이라는 기쁨으로 희극을 마무리가 된다. 세상에 누구는 행복하고 즐거운 반면, 누구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결국 우리는 행복이라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에 우리의 이야기는 희극이다. 고통을 이겨나가는 과정이 있기에 신성한 희극(Divine comedia)이다. 

 

단테가 지옥에 들어섰을 때 들리는 것이라곤 울음소리가 아닌, 불멸의 세계를 두렵게 하는 한숨뿐이었다는 말을 한다. 유대인의 신념에서도 보았듯이 자신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살지 않는 인간에게 신은 벌한다. 늘 편한 것만 찾고,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몰랐던 나는 다행히도 이제는 삶에서 고통이라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디폴트 값으로 정해놨다. 나는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믿는다. 결국 자신이 살아온 대로 값을 치르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제는 편한 것만 찾기보다는 세 짐승에 가로막혀 지옥의 길 속으로 돌아가야 했던 단테의 여정처럼 도전하고, 모험가로 살아가고 있다. 고통을 다루지 못하면 행복도 누릴 수 없다.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운동을 통해 성장하듯이,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나의 마음이 단련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행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남들이 볼 때 지루해 보이는 나의 일상들은 나에게 매일 새롭게 다가온다. 항상 인내 속에서 얻는 배움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이 과정을 통해 느낀다. 고통은 행복을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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